燕谷寺
-선묵 혜자스님-
현대사의 질곡 간직한
사연 많은 피아골 들머리
연못에는 한줄기 바람이 일고
제비 한 마리 가릉빈가 되어 날아간 곳에
법등 밝혔네.
전쟁의 쓰린 상처 온몸으로 안고
찬란한 불교문화
꽃 피우기 위해
몸 추스르고 있는 연곡사.
좁은 산비탈
억처스럽게 일군 다랑이 논
이름마저 떠 있는 허공배미
엉덩이로 깔아뭉갠 궁둥이배미
우산에 가려 보이지 않는 우산배미
고달픈 민초들의 삶에 대한
애착과 건강함이 절절히 배어 있는 곳.
신록과 아지랑이
가뭄 모르고 계곡 물소리
타들어 가는 붉은 다풍
흰 눈에 덥힌 고즈넉한 분위기
우리나라 조각예술의 박물관.
왕가의 신주목 산지 지정
수행자 하나 둘 발길 돌리고
삼층석탑만이
숱한 역사의 변화 속에서
제 빛을 잃지 않고 서 있다.
산이 붉고
물이 붉게 비치며
사람도 붉게 비추는
뜻 모르고 죽어가는 영가들의
핏 빛이 피아골 백리 계곡을 물들인다.
간섭 받지 않는 고요 속
고풍스런 멋과
한적한 분위기의 아담한 도량
초록 녹차 빛이 운해 감싸 안누나.
우아하고 아름다운 조각의 절정 동부도
극락세계로 날으는 돌거북 동부도비
구도 안정되고 구름무늬 섬세한 북부도
검소한 맛 느껴지는 서부도
호법용 천상을 나는 현각선사 탑비
지리산 미녀들이 부끄러운
새색시처럼 다소곳이 서 있다.
현대서 무대 중의 한곳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의 환이
연곡사 우관스님에게 가고
동백나무 숲 아래
의병장 고광순 순절비
아픔의 역사 토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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