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寺 이야기◀

연곡사(燕谷寺)

라라루씰 2009. 5. 22. 11:08

 

 

燕谷寺

            

 

 

                   -선묵 혜자스님-

 

 

 

현대사의 질곡 간직한 

사연 많은 피아골 들머리

연못에는 한줄기 바람이 일고

제비 한 마리 가릉빈가 되어 날아간 곳에

법등 밝혔네.

 

전쟁의 쓰린 상처 온몸으로 안고

찬란한 불교문화

꽃 피우기 위해

몸 추스르고 있는 연곡사.

 

좁은 산비탈

억처스럽게 일군 다랑이 논

이름마저 떠 있는 허공배미

엉덩이로 깔아뭉갠 궁둥이배미

우산에 가려 보이지 않는 우산배미

고달픈 민초들의 삶에 대한

애착과 건강함이 절절히 배어 있는 곳.

 

신록과 아지랑이

가뭄 모르고 계곡 물소리

타들어 가는 붉은 다풍

흰 눈에 덥힌 고즈넉한 분위기

우리나라 조각예술의 박물관.

 

왕가의 신주목 산지 지정

수행자 하나 둘 발길 돌리고

삼층석탑만이

숱한 역사의 변화 속에서

제 빛을 잃지 않고 서 있다.

 

산이 붉고

물이 붉게 비치며

사람도 붉게 비추는

뜻 모르고 죽어가는 영가들의

핏 빛이 피아골 백리 계곡을 물들인다.

 

간섭 받지 않는 고요 속

고풍스런 멋과

한적한 분위기의 아담한 도량

초록 녹차 빛이 운해 감싸 안누나.

 

우아하고 아름다운 조각의 절정 동부도

극락세계로 날으는 돌거북 동부도비

구도 안정되고 구름무늬 섬세한 북부도

검소한 맛 느껴지는 서부도

호법용 천상을 나는 현각선사 탑비

지리산 미녀들이 부끄러운

새색시처럼 다소곳이 서 있다.

 

현대서 무대 중의 한곳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의 환이

연곡사 우관스님에게 가고

동백나무 숲 아래

의병장 고광순 순절비

아픔의 역사 토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