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僞寺
선묵 혜자스님
신령스런 바위가 있는 땅
남도의 향토적 정서 골골이 배어 있는
둥근 달 뜨는 산 남쪽
천왕봉 아래 단아한 모습 무위사.
달을 끌어 들이고
달을 안고 달을 볼 수 있는
온통 달 투성이 달나라
막힘도 걸림도 없이
무변대야를 구현하는
원만하고 밝은 진리의 성지.
남성처럼 굳고 꼿꼿한 사자봉
오밀조밀한 여성미 물씬 나는 구정봉
억세 밭쪽으로 눈길 돌리면
금세 마음이 포근해진다.
가장 오래된 미완성 후불탱화
어리석은 한 사미의 궁금증이
눈동자 없는 중생의 어머니 만들어 냈지만
관음보살 천안으로 중생을 살피시네.
검박하고 단정한 극락보전
여린 듯 고운자태 거룩한 삼존불
옷자락 율동감 있게 휘날리는 수월관음도
살아 숨 쉬는 불. 보살 숨결이 머무는 곳.
시골 아줌마 같은 미륵 모신 미륵전
샛별 눈 호랑이 거느린 산신각
조신하고 공손한 시왕 모신 명부전
백제풍 느껴지는 연꽃 새겨진 배례석
한 점의 허세나 치장
허튼 구석 없는 단정한 무위사.
지상에 떠도는 유주무주 영혼들
불보살님께 의지해 왕생극락 발원하며
중생이 세상에 태어남은 그림자 같다
그림자는 그림자 낳지 않는다는 섭리
간직한 아미타 정토도량.
석탑도 석등도 세우지 않은 마당
다만 비어 두었다
그래서 환하다
들이는 것보다
들이지 않으려는 욕심이
더 힘들었을 공간 속에
마당가 팽나무 두 그루
한그루 느티나무가 쓸쓸히 서서
세월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인위나 조작이 닿지 않은
맨 처음의 진리 깨달으라는 절
무위란 단순히 행자지 않음이 아닌
선리를 표현한 것이고
질서와 조화를 나타냄이라.
푸른 바다에 피어난 연꽃 위에
백의관음 나투시어
흰 옷자락 자비로운 눈매
부드러운 손길로
중생을 향한 살아 있는
무언의 법음을 설하고 계신다.
수백년 동안 병풍처럼 둘러선
동백나무 꽃은 아름다움을 넘어
차라리 눈물이 고일 것 같은
처연함 간직하고 있다.
소박하고 다정다감한 분위기
천년의 침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기품이 엿보이는 도량.
번잡하고 시끄러운 세상에서
담담하고 소박한 것의
아름다움을 어느 곳보다
잘 보여주는 중생의 귀의처
무위사는 고향에 찾아온 듯한
그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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