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속으로...

등대 이야기...

라라루씰 2009. 12. 6. 09:35

 

 

 

김 성현

 

사람들 사이에서 받은 상심은

푸른 바닷물로 씻길 수 있을까

희망이 절망으로 변하면서 찾은 바다는

말없이 어둠을 불러오고 있었다.

초저녁에 올라와 이미 잠든 초승달

밤이 되서야 존재가 드러나는

저 너럭바위 위 등대는

모두 잠든 이 밤의 외로움을 무엇으로 견뎠을까

저 자리를 얼마나 떠나고 싶었을까

물가에 비친 그림자를 쓰다듬으며 등대를 위로할 때

절망같은 어둠 속의 한 줄기 불빛

그리고 세상의 끝이라 생각했던 바다 저 편에서

하나 둘 돌아오는 사람들

희망과 절망 사이에 등대가 있었구나

사람은 등대를 통해 다시 사람 사이로 돌아오는 구나.

내 마음의 불빛을 꺼 버렸으니

아무도 나를 찾아오는 이 없었던 거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가슴에 빗장 걸었으니

사람들 사이로 들어가지 못하고 도망만 다녔던 거다

제 한 목숨 불 밝히며 살면

외로움도 상처도 없을 거라고

저 고암 등대는 숨쉬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