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암사 (淨巖寺)
淨巖寺
-선묵 혜자스님-
하늘아래 첫 동네 태백
산속에 골 깊고 땅은 높아
냇물이 수백 번 굽이치고
오르고 또 올라야만 하는 땅.
백두대간 큰 형님답게
주위의 산들은 납작 엎드리고
숲 우거진 봉우리가 해를 가려 속진 멀리하니
정결하여 더러움을 모르는 천년고찰 정암사.
민족의 정서이며 서민의 심경토로인
아리랑 고을 정선
부처님 진신사리 봉안된 적멸궁에
손 모으면 속세의 근심 걱정
다 씻어주는 곳.
어두운 탄광으로 기억되는
고한시내 바라보면
카드깡 전당포 간판이 거리를 덮어
욕망이 흥청대는 카지노 지나면
또 다른 검은 빛의 도시로 변해있다.
붉은 철분과 검은 석탄 흔적
개울 너머 벼랑에 광원들 숙소
폐가 되어 을씨년스럽고
검은 노다지에 생사 의탁했던
고된 노동에 지친 광원들의 쉼터
정암사는 아리랑에 담겨있는 정겨움처럼
가슴에 와 닿는다.
지장율사 불심에 감동한
서해용왕 도움으로 마노석
동해 용진포까지 물길로 왔다하여
물 수 자 붙어 수마노탑.
수마노탑 가는 길은 가파른 갈 지 자
석가모니불 염불하며 오르면
모든 번뇌의 불 한순간에 사라지고
한 줄기 칡넝쿨이 서려
부처님 법신 모셔진 성지 되었구나.
영원한 진리로 돌아간 적멸궁
수미단 위에 노란 법석 깔아 부처님
앉아 계신 것을 상징하고
지장율사 지팡이 푸른주목되어
천년동안 적멸궁을 지키고 있다.
북쪽 금봉대에 금탑
남쪽 은봉대에 은탑
자장율사 법력으로 세워져
물욕 가득 한 중생 눈엔 띄지 않고
중앙에 칠보인 마노석으로 세운 탑
불자들의 기도처 되었네.
보궁 탑 가는 길 양쪽으로
정성을 다한 돌탑이 서 있고
이마에 땀 송글이 맺힐 때 쯤
석가모니 정골사리 모신 탑
눈앞에 버티고 서 있으니
고요하고 훤칠하게 서 있는 폼 새신랑 같다.
7층 모전 수마노탑
서른 두개의 풍경소리
가슴에 바람 소리를 내며
명치끝에 걸린 번뇌덩어리
소리 따라 조각난다.
사철 도량을 흘러내리는
청량한 계곡물엔
번뇌 많아 상기되어 눈이 붉은
찬물에서만 사는
천연기념물 열목어 노닐고
자연과 바람나고 싶은 사람에게
딱 어울리는 절 자리하고 있다.
정갈하여 더러움을 모르는 절
야트막히 둘러싸인 담장 너머로
높고 낮은 전각들 다가오고
살아 천년 죽어 천년 간다는 주목
몸체만 남아 허공을 가리키고 있다.
쓸개 빠진 웰빙족이 아니라면
진폐증 기침 소리가
한국 근대화의 비가로 들릴 것이며
예토가 없으면 정토도 없는 도리
스스로 깨달으리라.
속세의 한가운데 피어난 정토
그곳이 정암사이다.
2009년 7월9일